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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가 그렇게 해 준만큼, 확실하게 상대를 사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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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중 한 구절이다. 상실의 시대는 슬프고 감미로운 사랑이야기로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등 국내서점가에 일본 소설 시장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일본 문학 특유의 풋풋한 사랑에 대한 달콤함과 절은 시절의 성장통, 그리고 고뇌를 주제로 한 내용들은 젊은 독자층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 등과 같은 작가들은 국내에서 수많은 골수팬까지 거느리고 있다. 이같은 일본소설 열풍의 중심에 바로 '김난주' 그녀가 서 있다.

[그녀만의 목소리로 일본문학을 이야기하다.]

디연> 일본 현대문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에 일문학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더군다나 국문학과 출신이었는데. 
김난주> 일부러 번역이나 일본문학을 하려고 일본 유학을 한건 아니고,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어찌어찌 주어졌고 소설을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번역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디연> 지금까지 상당수의 작품을 번역하셨는데, 창작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김난주> 실제로 해보면 번역과 창작은 굉장히 많이 다르다. 창작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본다.

디연> 그럼 번역에 대해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독자들이 “김난주 스타일의 번역”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난주> 물론 소설은 번역하는 사람이 작품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번역가가 어디까지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느냐, 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의적인 해석보다는 번역가가 얼마만큼 그 텍스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 역시 번역할 때 ‘나’ 보다는 ‘작품’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가 선택하는 언어에는 내 스타일, 내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문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독자들이 말하는 ‘김난주 스타일’이 뭘까는 나도 궁금하다. 아마 내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많이 하기 때문이 아닐까. 늘 화장하고 다니는 여자를 보면 화장한 모습이 그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내가 많이 번역하는 작가가 나의 스타일이라고 독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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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디연> 짧지 않은 기간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일본 문학은 붐인데, 작품들에 나타나는 다소 선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난주> 일본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애라든지 죽음, 섹스 이런 소재들은 사람살이에 가장 보편적이고 어떤 시대에도 변함이 없는 대단한 사건들이다. 그래서 이 소재들은 끊임없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계속해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디연> 일본 문학 붐에 대한 경계심도 한편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것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한국 문학을 전망하신다면? 
김난주> 요즘 한국 문학을 읽으면 내가 국문학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기획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얘기 자체로서는 굉장히 재미있는데, 그것이 우리 삶에 얼마만큼 다가와 있는가를 물었을 때는 조금 의문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일본작가들은 더 솔직한 것일 수 있다. 하루키를 생각해 보자. 이야기구조 자체는 상당히 서사적이지만 등장인물들은 굉장히 평범하다. 그래서 다가가기 쉽고, 내 얘기 같고. 이것이 사람들이 자연스레 일본 문학을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근데 우리 소설을 보면 소설이란 무언가 굉장한 것을 다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엘리트주의적이고, 프로파간다를 외치는 옛날 소설의 역할. 소설 방식의 폭이 굉장히 좁았던 그런 것을 (요새 한국 문학이)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문학이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디연> 한국 문학이 점점 ‘일본 소설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김난주> 그런 점은 역사적인 맥락과 관계가 있다. 일본문학도 변화해간 것이다. 일본도 60년대 한창 시위하고 운동하고 그런 시대에는 처럼 소설에서도 데모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80년대 일본 경제 부흥기에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면서 전체적인 관심이 ‘대의’에서 ‘소의’로 옮겨가게 되었다. ‘내 밖’에서 무언가를 찾던 시선이 이젠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일본문학도 그런 시기를 거쳤고, 한국도 지금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사고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라 사회를 주도하는 주역세력이 바뀐 것이다.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것이 20대, 30대, 40대인데 그들은 내가 자라온 것과 다른 상황에서 자라왔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고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어간 거고, 관심사가 바뀌면서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도 바뀐 것이다. 지금 20, 30대 글 쓰는 사람들은 일본 문학을 많이 읽었고, 또 일본 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이런 현상도 역사적인 맥락 가운데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과정이다. 근데 꼭 굳이 일본소설처럼 된다는 말은 적절치 않은듯하다.

[문학은 항상 거창한 교훈을 담고 있어야 하나요?]

디연> 기존 잡지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로만 너무 얘기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바쁘신 와중에도 왜 우리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웃음). 
김난주> 내 자신이 대학생 때 신문사에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웃음). 그리고 잡지사 인터뷰는 앵무새처럼 매일 똑같은 얘기만 해야 하지만 학생들하고 만나는 것은 만남 자체가 재미있다. 

디연> 작품의 분위기만 보고 선생님이 현실에서도 굉장히 우울하고 고독한 유형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김난주> 예전에 를 읽고 주인공 ‘아오이’처럼 매일매일 목욕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회 변혁이나 뭔가 거창한 교훈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을 바꾸는 것, 그것이 작품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나도 밑바닥까지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나락으로 가는 스타일이다. 그걸 즐긴다. 그런 내 모습을 또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힘이라 본다. 그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 일거고. 그래서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굉장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디연> 그럼 그 ‘굉장한 힘’들 중 가장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소설은? 
김난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인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고 기억이 남을 것이다. (한참을 고민한 후) 근자에 한 것 중에서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번역이 없었다.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를 꼽겠다. 시공사에서 나온 건데 번역보다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놓은 단편 7개가 실려 있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는 소설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는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완성도에 대해서 가장 만족하는 작품이라고 꼽으라고 하면 번역을 잘 했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번역이라는 일 자체가 나중에 다른 사람이 훨씬 더 나은 번역을 할 수 있고 지금 보면 번역 완성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작품이 효력이 있을까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말하긴 좀 그렇다.

[번역은 언어가 아닌, 온 몸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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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연> 마지막으로 번역하는 사람이 되고픈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난주> 나는 번역하는 사람이 기능공처럼 훈련과정을 거쳐서 언어가 더 세련되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나서는, 이거는 기능만 갖고는 안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할 때는 감각이라는 것도 중요한데, 감각이라는 것은 갈고 닦아서 높아질 수 있 것이 아닌 재능이다, 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어떤 식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보다 쉽고, 보다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라갈 수 있는 건지 판단하는 것이 이성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요즘에 와서는 몸으로 익히는 언어로 써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그 감각은 역시 일종의 재능이지 않을까. 번역은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열려있는 마인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언어력, 그 외의 꼼꼼한 성격과 집중력이 있다면 나 정도는 가뿐히 능가하는 번역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디연> 한 가지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번역일이 지겨워지면, 그땐 무엇을 할 것인가? 
김난주> 호떡장사! 번역문학비평모임의 끝맺음 원고에서 그런 얘기를 했었다. 단순해 보이는 일(호떡장사)을 하고 싶다고.

디연> 호떡장사는 쉽나?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고 배웠다. 
김난주> 어려울 건 또 뭔가. 내가 얼마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떡을 만들어서 팔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있겠지만 너무나 명료한 일이다. 오랜 시간 일을 해서, 사람들의 기호를 분석하고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호떡을 만들어 팔면 되잖아. 근데 번역이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더더욱 호떡 장사를 하고 싶다. 결과가 분명하고, 앞뒤 관계가 명료한 그런 일을(웃음). 

Editor 최예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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